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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고 뉘우치고 깨닫다>는 조선시대 여러 위인들의 마음다스리기 방법을 엿볼수 있는 책입니다.
현대인들 뿐만 아니라 몇백년 전 옛날에도 온갖 고민과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았을겁니다.
특히 유명한 인물일수록 일반인보다 그 정도가 훨씬 심했을텐데 이 책 <돌아보고 뉘우치고 깨닫다>에는 그런 그들의 마음다스리는 방법이 잘 나와 있습니다.
이 책에 대해서는 이미 어제 글을 썼었지만 개인적으로 너무 재밌게 읽은 부분이 있어서 따로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재밌는 부분이란 바로 조선의 22대 정조 왕과 조선초기 명재상 고불 맹사성의 이야기 입니다.
읽다 보니 '진짜야?!'하는 탄성도 나오고 교훈적인 얘기와 웃음이 함께 있어 반복해서 읽었던 부분이라 따로 소개하기로 했습니다.
 


손가락 한번 살포시 눌러주세요. ^^



1. 조선 22대 왕 정조 - 마음의 상처를 잘 풀어라

정조 임금의 마음다스리기 방법은 이 책에 나오는 방법들 중 가장 독특하다고 하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산에 오르거나 차를 마시고, 바둑이나 장기를 두기도 하고, 책도 읽고 음악도 하는 등 마음 다스리는 방법이 일종의 고상하고 수준높은 취미활동이랄 수 있겠습니다.
그에 비해 정조 임금이 답답한 현실을 잠시 잊고 마음을 달래는 방법은 바로 '흡연', 그러니까 담배 피우는 것이랍니다.
그것도 단순히 피우기만 한 것이 아니라 전 국민과 신하에게 장려 하기까지 했다는데요.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몇백년전 조선시대는 지금과 많이 달랐나 봅니다.
글을 읽고 제가 놀란 이유는 두가지 입니다.

  • 첫째, 정조 임금 자신이 대단한 골초(?) 였다는것.
  • 둘째, 남녀노소 구분없이 담배를 피웠다는것.

옛날에도 담배를 피웠었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이런식일줄은 생각도 못했었습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 어른 앞에서 젊은 사람이 담배를 피우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 하지요.
그 시절 흡연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책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담배가 조선 사회에 너리 퍼지기 시작하던 무렵에는 임금과 신하, 주인과 하인, 훈장과 서당 아이들 등 남녀노소 신분의 귀천을 막론하고 함께 피우는 경우가 많았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담배 한 대에 삶의 고난과 고통, 시름을 날려 보낸 것이다.  - 64페이지

서당 훈장과 학생이 같이 맞담배 피우는 장면이 상상 되시나요? ^^;
담배에 대한 이야기는 조선시대 제주도에 표류했던 네덜란드인 하멜의 저서에도 잘 나타납니다.
(하멜의 저서가 '하멜 표류기'를 말하는건지 다른 저서가 또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현재 조선 사람들 사이에 담배가 매우 유행해 어린아이들도 네댓 살부터 피우기 시작한다. 남녀 노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피운다. 초창기에는 은을 많이 주고 남만국(지금의 동아시아)에서 들여오기도 했다. 조선은 그 나라들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곳으로 우러러본다. - 66페이지

이런 내용만 봐도 기호품이 부족했던 옛날, 담배의 파급효과가 어느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조선의 현군이라 불린 정조 임금이 상당한 애연가 였다고 하더라도 그리 이상할건 없습니다만 그래도 임금이 곤룡포를 빼 입고는 담배 연기를 뻐끔 뻐끔 들이마신다는 상상은 어딘가 많이 어색합니다.
그가 어느정도로 담배를 가까이 했는지는 그의 건강을 염려하는 조정 대신들에게 한 말로도 알 수 있습니다.

위구르(Uighur, 몽골)에서 들어온 수박은 맛있다고 먹으며 제사상에까지 올리면서 왜 담배만 배척하느냐! - 68페이지

이것 참 어린애도 아니고 황당하기 그지없습니다만 한편으로는 정조가 얼마나 심한 스트레스에 시살리면서도 해소할곳이 없었을까 하는 생각에 안쓰럽기도 합니다.
할아버지 영조에 의해 아버지 사도세자가 죽어가는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봐야만 했던 마음의 상처와 뜻대로 되지 않는 정치는 그로 하여금 화를 누그러 뜨리고 마음을 안정시킬 수단을 찾도록 했는데 그것이 바로 담배였습니다.
의지할곳 하나 없는 정조 임금이었기에 담배를 피우는 동안만큼은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을겁니다.
현대의 많은 사람들도 온갖 근심과 걱정을 담배로 풀어내는 경우가 많이 있지요.
금연 열풍이 워낙 거세다 보니 담배 피운다는게 별로 떳떳하지 못한 일로 치부되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담배 연기에 시름을 날려 보내는 사람들은 계속 있을 겁니다.
지금은 피우지 않지만 오랫동안 골초로 살아온 저이기에 그 기분은 누구보다 잘 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조에 대한 이야기는 자칫 담배의 효용성을 얘기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만 단지 하나의 '기호품'으로써 백해무익한 가운데 그나마 한가지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는 정도로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2. 고불 맹사성 - 청렴하고, 덕을 쌓아라

고불(古佛) 맹사성은 황희 정승과 더불어 조선 왕조 초기의 기틀을 다진 명재상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고려 말에 벼슬을 했으나 조선이 개국되면서 한동안 물러나 있다가 태종 때에 다시 벼슬길에 올랐다고 합니다.
하지만 고려에서 관리로 일했던 그는 조선 개국에 대한 공로가 없다는 이유로 태조와 태종의 측근들로 부터 심한 견제를 당합니다.
거기다 청렴하고 강직한 성품탓에 입바른 소리를 잘하다 보니 괘씸죄에 걸려 쫓겨나기도 했다는군요.
이런 맹사성이 살았던 시기는 조선의 기반을 닦던 시기로 업무상 그가 받았던 스트레스는 보통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거기다 망국 고려의 관리였기에 받았을 눈총과, 꼼꼼한 임금 세종으로 인해 적지않은 상처와 스트레스를 받았을 겁니다.
그는 음률에 정통했었다고 하는데 간간히 낚시를 즐기기도 했지만 그의 마음을 위로해 준것은 피리(대금)였다고 합니다.
음악을 듣고 즐길뿐만 아니라 직접 연주하며 심취할 수 있었기에 힘든 시기를 견디고 무병장수 할 수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음악을 통해 마음을 다스렸다고 하지만 그의 이야기가 특히 마음에 들었던건 그의 인간미가 책에 잘 나타나 있기 때문입니다.
맹사성을 일컬어 '선초삼청'이란 말을 자주 쓰는데 이는 조선 초기 이름난 세사람의 청백리였던 황희와 류관, 맹사성을 가리킵니다.
청백리 '높은 뜻을 가지고 오로지 백성만을 생각하며 깨끗한 마음으로 가난하게 산 벼슬아치'를 말합니다.
조선 500년 역사 속에 이름 뒤에 정승이란 호칭을 꼬박꼬박 붙여서 부르는 네 명중 한명이 바로 맹사성이라고 합니다.
(나머지는 황희 정승, 상 정승(상진),오리 정승(이원익)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맹사성은 청렴 결백하고 검소하며 재상인지 조차 알아볼 수 없을만큼 겸손했다고 합니다.

거기다 가난하기까지 했는데 정승 벼슬을 한다고 하지만 청렴하고 욕심없이 살았기에 집안이 풍족할 리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가난을 탓하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나라의 녹을 먹는 사람으로써 가난을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점은 저기 위에 앉아 계시는 많은 분들이 귀담아 듣고 반성해봐야 할 얘기가 아닌가 합니다.

책에는 맹사성에 관한 재미난 에피소드가 몇가지 나오는데 그 중에 한가지를 소개할까 합니다.

고향에서의 일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가던 길에 비를 만난 그가 주막에 들러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먼저 들어온 젊은 선비 하나가 비를 피하고 있었다. 젊은이는 시골 노인 같은 복장을 한 그에게 자리를 권했다. 선비는 서울에 과거시험을 보러가는 중이라고 했다. 날이 개기를 기다리던 두 사람은 심심하던 차에 장기를 두다가, 서로 문답끝에 '공'과 '당'을 붙여서 말놀이를 하면서, 누가 먼저 말룬이 막히는지 내기를 했다.

  "서울에는 뭐 하러 가는공?"
  "녹사시험 보러간당!"
  "내가 합격시켜줄공?"
  "에이, 놀리는 건 옳지 않당!"

그렇게 말을 주고받다가 잠시 후 비가 멈추자 두 사람은 헤어졌다.
며칠 뒤 한 젊은 선비가 녹사시험에 합격했다며 인사차 들렀다. 며칠전 주막에서 만난 그 젊은이였다. 이에 장난기가 발동한 맹사성이 선비를 향해 물었다.
  "어떻게 되었는공?"
그러자 젊은 선비도 자신이 인사하러 온 우의정이 바로 며칠 전 촌로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그러나 그 역시 맹사성처럼 "죽어 마땅하옵니당!" 하며 고개를 숙였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있다."

- 200페이지

이 한가지 얘기만 보더라도 그가 높은 관직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소탈하고 인간미 넘치는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
제발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이 맹사성의 반의 반만이라도 됐으면 하는 생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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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고 뉘우치고 깨닫다
학림 지음 | 리드잇 | 2011년 10월 28일 출간


한권뿐인 책을 두번에 나눠서 글을 쓴것이 이번이 처음인것 같습니다.
글 하나로 마무리 하는것도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오늘 쓴 정조와 맹사성의 얘기가 너무 재밌어서 대충 마무리 하기가 아깝더라구요.
처음에 <돌아보고 뉘우치고 깨닫다>란 책을 들었을때 받았던 '지루할지도 모르겠다'라는 느낌은 얼마 읽지 않아 사라져 버렸는데 정조와 맹사성의 얘기에서는 책보는 재미가 최고였습니다.
가까운데 놔두고 기회 있을때마다 한부분씩 펼쳐보기에도 너무나 좋은 책이네요.
그나저나 정조와 맹사성의 얘기를 짜집기 해서 제목을 재밌게 뽑아 볼려고 했느데 쉽지가 않네요. ^^;
혹시나 마음이 심란해서 책을 접해볼 생각이시라면 이 책 <돌아보고 뉘우치고 깨닫다>를 적극 추천합니다.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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