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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특별한 기억으로 간직되어 있는 특별한 음식이 하나쯤은 있을겁니다.
만약 그런 음식에 대한 기억이 없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꽤나 무미건조한 인생을 살아온 때문은 아닐까요?!
살아가며 만나게 되는 굴곡들을 헤쳐 나가려면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채워져야할 허기라는게 있습니다.
그런 허기를 채우고 달래본 사람이라면 각자 특별한 음식 하나쯤은 있게 마련이겠지요.



더 많은 분들이 글을 읽으시도록 추천해 주세요.

'위드블로그' 도서 캠페인에 선정된 덕분에 <소울 푸드>라는 참 좋은 책을 읽었습니다.
국내작가 21명의 짧막한 글을 묶어 놓은 에세이집이라고 하겠는데 각 작가들에게 특별한 음식에 대한 얘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특별한' 음식이라고 해서 비싸고 고급 스런 음식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너무나 보잘것 없고 평범한 음식들이지만 각자의 기억속에는 '특별한' 의미로 자리잡고 있는 그런 음식들이 소개되어 있는데요.
주먹밥부터 시작해서 외국 여행중에 끓여먹었던 라면이나 네팔 산속 오지에서 얻어먹던 그곳 사람들의 일상속 음식들, 때로는 과자와 커피, 술까지도 등장을 하는데 책을 읽으면서 "아! 이것도 음식의 범주에 들어가는구나~!" 하고 혼자서 새삼스레 감탄사를 내뱉기도 했습니다.
입으로 먹는것이면 모두 음식으로 볼 수 있음에도 술이나 커피, 과자 같은건 음식이라는 생각을 못해봤던것 같네요.(그럼 도대체 뭐라고 생각한거야!!)

책에 삽입된 삽화도 정겹고 재미난 것들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심하게 공감한 부분도 많고 혼자서 흐뭇 해가며 읽었던 부분도 많습니다.
그만큼 세세하게 소개 하고픈 부분이 많습니다만 안그래도 짧은 글들, 내용 전체를 알려드리는것이 될것 같아 차마 그럴 수는 없겠네요. ^^

책은 네 부분으로 나뉘며 각각의 제목과 작가는 아래와 같습니다.

soul food 01. 그토록 뜨거웠던 순간의 청춘 한 스푼
주먹밥의 맛 - 백영오
내 친구가 만드는 과자. 이브콘 - 조진국
당신의 첫 피자는 어떤 맛이었나요? - 서유미
연애는 한 그릇의 카레라이스 - 안은영
햄버거에 대한 명상 - 이화정
온몸을 깨우는 매콤함, 빨계떡 - 박상

soul food 02. 마음의 고향, 짭쪼름한 그리움 한 방울
영혼의 거처 - 성석제
지금 익숙한 것을 처음 만났을 때 - 한창훈
수제비와 비틀즈 - 김창완
엄마표 된장찌개 - 이충걸
남쪽 나라에서 온 사나이 - 이우일

soul food 03. 낯선 길 위에서 건져낸 삶의 의미 한 움큼
달밧, 내 영혼의 다이어트 - 정박미경
라면은, 완전식품이다 - 김어준
토스카나의 수프를 추천하네 -박찬일
퓨전, 길에서 얻은 음식 - 노익상
바닷내가 나는 밤이면 - 황교익

soul food 04. 내 몸에 흐르는 달콤쌉싸래한 추억 한 모금
커피향 엄마를 기억하세요? - 이지민
커피, 벗어날 수 없는 - 조동섭
혼자 마시는 술 - 차유진
재즈, 와인 그리고 박사님 - 남무성
삶이 담긴 술잔 - 강병인

이 중에서 특별히 공감 갔던 부분을 몇가지 소개해 볼까요.

머스트 해브 아이템, 럭셔리, 프레스티지, 리미티드 에디션, 명품, 잇백...... 물건의 가치를 규정하는 말이 무수히 많이 생겼지만, 어떤 시대에는 딱 두 가지 단어만이 존재했었다. 미제와 일제.  -p47  햄버거에 대한 명상(이화정) 중에서

어렸을때 그저 미제라면 뭣이든 최고라고 여겼던 적이 있었지요.
옆집 잘사는 친구가 자기 아빠가 근무하던 미군부대에서 사온거라며 햄버거를 첨 권했을때 그때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맛과 향에 전부 토해 버렸던 사건.
읽으면서 그 때 일을 떠올리고는 한참을 싱글거리며 웃었습니다.
그때 그 뚱뚱하던 친구녀석 얼굴은 전혀 생각이 나질 않네요.


그 전까지 최고의 소망은 짜장면을 먹어보는 거였다(그렇다. 자장면이 아니다). 육지에서 짜장면을 먹고 온 아이가 있었다. 나는 물어봤다.
"맛이 어땠어?"
그가 대답했다.
"맛있었어."
"어떤 맛인데?"
"음, 그러니까...... 맛있는 맛이야." 
  -p84  지금 익숙한 것을 처음 만났을때(한창훈) 중에서

초딩 2학년인가 3년때 친구랑 했던 대화가 바로 이겁니다.
그때까지 짜장면이란걸 못 먹어 본 것이지요. (맞습니다. 자장면 아니라 짜장면입니다.)
어머니한테 사달라고 하면 항상 "그거 주방장이 코 빠뜨린다."라는 말로 안사주셨습니다.
그 때는 짜장면 한그릇에 500원 정도 하던 그마저도 사먹이기 힘든 시절이었던 것을 한참이나 나이를 먹고서야 알았습니다.
조금 있으면 40을 바라보는 지금도 영혼을 울려줄 짜장면 한그릇을 맛보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소원하는 것이 늘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도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다. 소원하던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다시 무언가를 바랄 수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삶의 축복이다. 그렇게 기도할 수 있는 영혼이 되기를 갈구하며 나는 지금 이곳에 있는 것일까. 말똥불을 바라보며 나는 그 청년의 기도를 흉내내본다.
'사람을 사랑하게 해주세요. 사랑하지 않더라도 미워하게는 말아주세요. 미워하더라도 영원히는 말게 해주세요.'
-p121  달밧, 내영혼의 다이어트(정박미경) 중에서

나도 이런 마음으로 살 수 있었으면...

엄마의 커피가 유독 맛있어 보였던 데에는 이유가 있다. 엄마는 항상 웃으며 커피를 마셨다. 그 어려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자식들 앞에서는 항상 웃으셨듯이 엄마는 커피를 마시면서 그 쓰고 뜨겁지만 결국 달콤할 수밖에 없는 인생을 닮은 맛에 담담히 미소를 지으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가장 놀라운 점이 바로 그것이다. 엄마는 웃으면서 버텼다는 것. 웃을 수도 있고 버틸 수도 있지만, 웃으며 버틴다는 것. 그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p180  커피향 엄마를 기억하세요(이지민) 중에서

밥알을 소화시키는 것을 무척이나 어려워 하던 어머니의 주식은 커피입니다.
달달한 믹스커피에 설탕을 몇 스푼 더 집어넣은 열량으로 하루를 버티면서도 언제나 웃으시고 해맑으신 어머니.
그렇게 드시는 덕분에 언제나 외소하고 비쩍 말랐지만 다행히 잔병 하나도 없으시고 건강하신 분입니다.
커피 한잔에 그 힘든 시절을 웃으며 버틴 작가의 어머니. 읽는 내내 제 어머니가 생각이 났습니다.


이 책 <소울푸드>를 읽고서 참 좋은 책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각 작가들이 등장시킨 음식들 너머의 '기억'을 들여다 볼수 있었기 때문이고 그 기억들을 통해 내가 가진 음식에 대한 기억들 까지도 떠올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음식에 대한 기억, 그것은 바로 과거에 대한 '추억'이며 지난 일에 대한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음식을 특별한 것으로 만들어 줍니다.
음식이란것이 아무리 비싸고 유명하다 한들 입으로 들어가면 똥으로 출력되는 것은 똑같은데 그 과정에 이야기가 빠진다면 결국 연명(延命)을 위한 수단 이외에 어떤 의미도 없을겁니다.
평범한 음식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기억, 그 기억들을 들여다 볼 수 있어서 너무나 좋았던 책 <소울푸드>였습니다.
이번 가을 닭다리 뜯는것 한번만 건너뛰고 그 돈으로 <소울푸드> 한 권 사서 눈으로 잡수시길.
12800원입니다.


 저   자 : 성석제, 백영옥, 김어준, 김창완,조진국,서유미,안은영,이화정,박 상,한창훈,
             이충걸,이우일,정박미경,박찬일,노익상,황교익,이지민,조동섭,차유진,
             남무성,강병인
 출판사 : 청어람 미디어
 기   타 : 2011년 10월 12일 출간 | 2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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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속의 소울 푸드 '고소미' 이야기!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 그러니까 30년도 더 된 기억입니다.
당시는 지금처럼 컴퓨터도 없었고 애들끼리 밖에서 하루종일 모여 노는 것이 당연했던 때 였습니다.
거기다 자식이 한명 뿐인 집은 많지 않았고 대부분 같이 어울려 놀 형제 자매가 있었지요.
제게도 두살 위의 형이 한명 있었고 겨우 두살 차이였지만 아주 어렸을때는 형의 보살핌이 특별했습니다.
사는것도 팍팍해서 항상 부모님이 두분 다 일하러 나가시고 밤 늦게나 돌아오셨지요.
그 때 어머니는 일하러 가시면서 항상 형에게 백원짜리 하나를 쥐어 주셨습니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보잘것 없는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그때는 백원으로 할 수 있었던게 지금보다는 훨씬 많았습니다.
정확한 상품명은 기억에 없지만 단돈 10원 으로도 흔히 말하는 '불량식품' 한두개쯤 사먹을 수 있었고 구멍가게 옆에 쪼그려 앉아서 하던 전자오락도 10원이면 할 수 있는 시절이었습니다.
우리집 뿐 아니라 같이 놀던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하루 용돈 50원은, 넉넉치 않았지만 하루 일과를 '보람차게' 보낼만한 금액이었던 그때, 백원이란 돈은 우리 형제에게 사용하기에 따라 여러가지로 유용할 수 있는 금액이었지요.
하지만 형은 언제나 어머니에게서 용돈 백원을 받으면 가게로 달려가서 '고소미'라는 과자 한봉지를 샀습니다.
기억이 맞다면 당시 고소미 가격이 100원이었는데 어머니가 주신 하루 용돈 전부를 투자한 그 과자 한봉지는 우리 형제가 하루종일 밖에서 뛰노는 동안 제 손에서 떨어지질 않았었습니다.
아무리 과격한 놀이 중에도, 손에 쥔 고소미 한봉지는 결코 놓쳐선 안되는 무엇처럼 제손에 쥐어져 있었습니다.
놀다가 하나씩 꺼내서 반을 쪼개 형과 나눠 먹고 봉지 안에 남은 고소미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다시 놀고...
그렇게 밥 먹는 시간 외에는 항상 손에 쥐고 있던 고소미 한봉지.
형에게 있어서는 동생을 보살피는 나름의 수단 이었으며 동생인 제게 있어서는 형과의 시간을 공유하고 밤늦게 돌아오시는 부모님을 기다리는 에너지였지요.
나이가 들어 그렇게 어린 시절을 회상할 만큼의 유치함이나 여유는 사라졌지만 가뭄에 콩나듯 떠오르는 어릴적 추억에는 항상 고소미 한봉지가 등장 합니다.
고소미라는 과자를 매개로 어릴적 그 때를 추억하는 것이지요.

글을 쓰면서 아직도 고소미라는 과자가 있는지 찾아 봤습니다.
있긴 했지만 옛날 제가 알던 그 고소미와는 모양새가 많이 다르더군요.(먹어보진 않아서 맛은 잘...)
어릴적 그시절 고소미는 같이 나눠 먹으란 의미였는지 과자 가운데 반으로 쪼갤수 있는 금이 나 있었는데요.
세월이 지나면서 맛도 세련되어 지고 포장도 고급스러워 졌을지 모르지만 그 시절 고소미처럼 가운데 금이 나있지 않은 것은 그저 이름만 고소미일뿐 별로 먹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아무리 하찮은 음식이라도 특별해질수 있는 이유.
그것은 바로 이야기가 녹아 있기 때문일 겁니다.
같은 음식이라도 백가지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백가지 다른 맛을 지닌 특별한 음식이겠지요.
이번에 읽은 <소울푸드>는 독자로 하여금 백가지 다른 추억을 떠올리게 할것 같습니다.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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